이번 아동병원 개설허가, 의료법 제33조 4항 위반 결정...복지부 병상수급 기본시책에 정면 위배되는 결정
안양시 의료기관개설위원회는 최근 안양시에서 60병상 규모 아동병원 개설허가 관련 논의를 위해 회의를 개최했다.
심의위원들은 "안양권 병상수급 및 관리계획에 있는 안양샘병원 425병상, 과천고대분원 500~600병상, 시장 공약사항인 치매안심병원 250병상 등 약 1100~1200병상의 공급계획이 있다는 것을 모두 인지하고 있다"며 이미 승인된 1200병상 외에 아동병원 소아병상 60병상이 꼭 필요한가를 중점에 두고 심의했다.
심의 전에는 기존 소아병상 분포를 확인하여 평촌한림대성심병원에 42병상, 안양샘병원 30병상, 원광대산본병원에 30병상 등 소아병상이 100병상 이상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 100병상에는 소아과 입원환자가 절반도 되지 않아 병상가동률이 50%가 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2028년까지 1200병상이 더 공급되면 병상가동률이 더 떨어진다는 것은 자명하며 또한 대부분 중환자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경증환자 위주의 아동병원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즉, 소아외과나 소아신경외과, 소아정형외과 같은 전문의가 없어 중환자를 위한 협진 시스템이 갖추어있지 않은 것이다.
또 병상의 과잉공급은 의료비 증가, 지역의료체계 불균형 심화, 비효율적 의료이용 증가로 이어지며, 이러한 사유로 개설심의위원회는 아동병원 추가 개설이 병상수급 기본시책에 맞지 않다고 판단하여 개설 불가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보건소에서는 복지부 공문에 나와 있는 지침으로 인해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어 직권으로 허가를 내주었다고 회신했다.
복지부 공문 내용을 검토해 본 결과, 만약 '시·도지사가 의료법에 따른 병상수급 및 관리계획을 확정하여 시행하고 있지 않다면 위원회는 그 계획에 적합한지 여부는 사실상 심의 할 수 없는 것이고 시·도지사가 심의가 필요하다고 인정하지 않았음에도 위원회가 임의로 병상수급 상황을 판단하여 그 공급이 과잉이라는 이유만으로 의료기관 개설 불허가 의견을 냈다면 법령으로 정한 위원회의 심의사항을 벗어난 것으로 판단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제3기 경기도 병상수급 및 관리계획에 병상수급계획수립 절차가 방향설정(23년8월-9월), 지역진단 자료수집(9월), 자문위원회 의견수렴(10월), 복지부제출(11월), 복지부 전국 병상수급계획 확정 및 공포(24.1월) 순으로 이미 결정되어 시행이 되고 있는 중이다.
위의 절차에 따라 복지부가 24년 1월에 전국 병상수급 계획을 확정하고 공포하였으며, 경기도 병상수급 및 관리계획에 있는 안양권 병상수급계획을 보면 안양샘병원이 420병상 승인됐고 시장 공약사항인 치매안심병원 250병상도 승인됐다. 과천고대분원 500~600병상도 승인되어 24년 1월부터 시행하고 있는데도 복지부 답변서에는 경기도에 병상수급 및 관리계획이 없다면 위원회가 개설 불허가를 내릴 수 없다는 식으로 병상수급 및 관리계획이 존재하지 않는 것을 가정하여 답변했다.
이에 의료기관개설위는 "경기도 측에 문의하여 병상수급 및 관리계획이 있다면 심의가 정당하다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며, "안양시에서 병상수급 관리계획을 수립했고, 위원회는 병상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이 계획을 근거로 심의했으며 이를 통해 병상공급과잉 현상을 조절할 수 있다"고 복지부에 즉각 반박했다.
물론 의료법상 반드시 심의위원회의 결의를 따라야 하는 구속력은 없으나 개정의료법 제33조 4항에 따르면 '시·도지사는 개설하려는 의료기관이 보건복지부 병상시책과 시도 병상수급 및 관리계획에 적합하지 아니한 경우 개설허가를 할 수 없다(19.8월 개정 20년2월 시행)' 라는 규정이 있어 이번 아동병원 개설허가는 의료법 제33조 4항을 위반한 결정사항이며 복지부 병상수급 기본시책에 정면 위배되는 결정이라는게 안양시의사회의 지적이다.
여성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3기 병상수급 기본시책(2023~2027)에 현재의 병상 공급 추세가 지속되면 2027년에는 약 10만5000병상이 과잉 공급되고, 국내 전체 병상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일반 병상이 2.1배, 요양 병상이 8.8배 많아질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정부와 지자체의 강력한 관리가 없다면 수도권 쏠림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안양시의사회는 "위원회의 법적 구속력을 강화해 무분별한 병상 증설을 막아야 하며, 전문가 집단의 판단을 무시한 설립 강행이 반복될 경우 정부의 병상관리 정책마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임을 경고했다.
한편, 국회도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해 의료기관개설위원회 심의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이미 발의돼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은 지난 8월 요양병원을 포함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을 새로 개설하기 위해선 시도 의료기관개설위원회의 사전심의와 승인을 받도록 의무화해 수도권 병상 과잉을 막기 위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안양시의사회는 이 개정안이 신속하게 통과되길 바랐다.
이인선 기자 dailymedipharmn@gmail.com